캐나다에서 친구 사귀기와 스몰토크(Small Talk)
나는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동기나 직장 동료와 단 한 번의 술자리만 가져도 금세 ‘친구’라는 말을 붙였기 때문에, 비슷한 과정을 캐나다에서도 겪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처음 인사를 나눈 뒤, "How are you?"라는 질문이 매일같이 들리면서도 그 말이 단순한 예의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는 주로 날씨, 주말 계획, 스포츠 경기 결과 같은 가벼운 스몰토크에 머물렀고, 개인적인 고민이나 속마음을 쉽게 꺼내는 문화가 아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술 한 잔만 기울이면 바로 가족처럼 가까워지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단순한 대화 스타일을 넘어서, 친구 관계가 발전하는 속도와 깊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차이를 깨닫는 순간,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캐나다: 스몰토크와 개인 공간이 만드는 서서히 쌓아가는 관계
캐나다에서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작은 스몰토크를 통해 서로를 탐색한다. "What did you do on the weekend?", "Did you watch the game last night?" 같은 질문은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지만, 이 문은 쉽게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 상대방은 친절하지만, 그 친절함 뒤에는 철저한 개인 공간에 대한 존중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의 사적인 영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예의이며,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연락처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바로 친해지는 것은 아니며, 여러 번의 짧은 만남과 차분한 대화 속에서 서서히 신뢰를 쌓아간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점이 답답하고, 때로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에 매력을 느꼈다. 상대방이 나를 단순히 사회적 의무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싶어 한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한국: 빠른 친밀감과 깊은 대화가 주는 따뜻함
한국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회식 자리나 모임에서 단 한 번만 술잔을 돌려도, 바로 속마음을 나누며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네 고민은 뭐야?", "요즘 힘든 일 있어?" 같은 질문은 한국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 주제이며, 빠르게 관계를 끌어올리는 힘을 가진다. 이처럼 한국은 개인보다는 집단, 그리고 함께라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스킨십이나 감정 표현도 더 자유롭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고,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행동이 자연스럽다. 이런 문화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 외로움을 덜 느끼고, 빠르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빠른 관계 발전 속에서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다. 겉으로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가치관과 본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표면적인 친밀감에 그칠 때도 있다. 나 역시 한국에서 많은 친구를 쉽게 사귀었지만, 진짜 힘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을 깨닫고 놀란 적이 있다.
마무리
캐나다와 한국의 친구 사귀기 방식은 서로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캐나다식 관계는 개인 공간을 존중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느린 우정’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침해하지 않고, 가벼운 스몰토크 속에서도 서서히 서로를 탐색하며 관계를 발전시킨다. 반면 한국식 방식은 빠르고 강렬한 친밀감을 통해 빠른 소속감과 결속력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때로는 그만큼 빨리 식거나 얕아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나는 두 나라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면서,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라는 점을 배웠다. 또한, 개인 공간의 존중과 감정의 공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결국 친구란 서로를 자유롭게 하면서도 마음속 가장 깊은 곳까지 함께할 수 있는 존재다. 이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한 나는 이제 스몰토크와 깊은 대화를 모두 존중하며, 천천히 그러나 진심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친구 사귀기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