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미의 채용 문화 차이: 공채 vs 추천, 스펙 vs 네트워킹
왜 똑같이 뛰어난 사람인데, 한국에서는 잘 통하고 북미에서는 막힐까?
한국에서는 명확한 채용 루트가 존재한다. 정해진 시기, 정해진 기업, 정해진 시험에 맞춰 준비하면 입사 기회가 주어지는 ‘공채 중심의 채용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 구조는 서류 → 필기시험 → 면접이라는 단계별 경쟁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많은 인재들이 토익 점수, 자격증, 학점, 인턴 경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으며 경쟁에 뛰어든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객관적 기준과 형식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의 ‘연줄’이나 ‘인맥’은 공식적 채용에서는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배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북미(미국·캐나다)는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력서와 인터뷰로만 결정되는 것 같지만, 실제 채용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추천’과 ‘관계 기반 채용’이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 북미에서는 단순히 스펙만으로 이력서가 통과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하버드 졸업자도 네트워킹을 못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이 글에서는 한국의 공채·시험 문화와 북미의 소셜 네트워킹·추천 문화의 본질적인 차이를 비교하고, 북미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설명한다.
1. 한국은 공채, 북미는 추천 – 채용 시스템의 구조부터 다르다
한국의 채용 시장은 전형적으로 공채(공개채용)와 시험 기반 채용 구조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매년 3월과 9월, 정기 공채 시즌에 맞춰 수천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괄 채용을 진행한다. 공무원, 교사, 은행, 공기업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시험 점수나 필기 전형이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이 시스템은 정해진 절차와 동일한 룰 안에서 경쟁하는 구조로, 비교적 공정성이 확보된 채용 방식이다.
반면 북미의 기업들은 상시 채용 시스템(On-Demand Hiring)을 기본으로 하며, 공채 시즌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포지션이 비게 되면 그때 인재를 찾고,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나타나면 즉시 채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HR이 먼저 내부 직원에게 “추천할 사람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북미 기업의 70% 이상은 추천을 통해 채용된 인력이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즉, 북미에서는 ‘언제 준비하고 어떻게 입사하느냐’보다 ‘누가 나를 알고 있고 나를 어떻게 소개해주느냐’가 입사 확률을 좌우한다.
이 차이는 결국 채용 시스템이 객관 지표 기반이냐, 관계 기반이냐로 나뉘는 구조적 차이다. 한국에서는 입사 후 능력을 입증하면 되지만, 북미에서는 입사 전에 이미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북미는 추천이 단순한 '보증'이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 검증 수단으로 작동하는 사회다.
2. 북미에서는 네트워킹이 곧 자기소개서다
한국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어떤 스펙과 경험을 어떻게 나열하느냐가 당락을 가른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이력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네트워크(Network)이다. 북미에서는 “What you know(무엇을 아느냐)”보다 “Who knows you(누가 너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고용주는 직접 함께 일해본 사람의 추천이나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의 인트로(Introduction)를 통해 신입 사원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북미 빅테크 기업에서는 서류만으로 지원할 경우 통과율이 2~3%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부 직원의 추천이 있을 경우, 그 통과율은 **무려 15~20%까지 상승한다. 캐나다의 스타트업, 공공기관, 교육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력서만 보고 면접 기회를 주는 경우보다, 누군가의 소개로 이메일 한 줄을 받았을 때 훨씬 신뢰하고 눈여겨본다.
그렇다면 북미에서 네트워킹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일반적으로는 커피챗(Coffee Chat), 링크드인(LinkedIn) 메시지, 알럼나이 커뮤니티(동문 네트워크),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작된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추천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하고,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 사람, 믿을 만하다’는 감정적 신뢰가 생겼을 때 비로소 추천이 발생한다.
3. 추천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정적 차이
한국식 입사 시스템에서는 스펙과 시험이 전부였기 때문에, 인간관계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추천은 배제되거나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추천이 곧 신뢰의 증거이자, 필수 조건에 가깝다. 이때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특징은 명확하다:
-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
-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사람
- 먼저 도움을 주는 태도를 가진 사람
반대로,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일회성 만남 후 연락을 끊는 사람, 자기 이야기만 하고 끝나는 사람, 단순히 추천만 요청하는 사람은 북미 네트워킹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중요한 건 관계의 깊이다. 한국에서는 짧은 면접에서 임팩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북미에서는 짧은 만남보다는 시간을 두고 신뢰를 쌓은 사람에게 기회가 간다. 실제로 북미 현지인들은 직장에서 추천을 해줄 때, 추천하는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평판도 함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신중하게 고려한다. 따라서 추천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상호 신뢰의 결과로 봐야 한다.
마무리 – 북미에서는 스펙보다 사람, 시험보다 신뢰가 기회를 만든다
한국과 북미의 채용 문화는 본질부터 다르다. 한국은 ‘객관화된 기준’과 ‘정량화된 평가’를 중시하며, 공채와 시험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북미는 신뢰 기반 사회로, 관계와 추천을 통해 개인의 실력과 성품을 입증받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래서 스펙만으로는 취업이 되지 않고, 시험 없이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북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사람들과의 관계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무작정 추천서를 부탁하기보다, 함께 일하거나, 조언을 구하거나, 정보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정성이 보일 때, 자연스럽게 추천은 따라온다.
북미에서 추천은 ‘성공을 향한 문’을 여는 열쇠이며, 네트워킹은 그 문을 만들기 위한 시간의 투자이자 인간적 신뢰의 축적이다.
시험으로 평가받던 한국과 달리, 북미에서는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과 연결되어 있느냐’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