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캐나다 적응기 여섯 번째 - 캐나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

amazing-life1 2025. 7. 1. 08:43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아이들의 놀이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미끄럼틀이나 정해진 놀이터 기구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키즈카페나 실내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캐나다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심지어 나무 위를 쏜살같이 올라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처음에는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유로움 속에 담긴 캐나다식 교육 철학과 아이들 성장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 아이들의 자연 놀이라는 특별한 문화를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캐나다 아이들의 나무 타는 모습

캐나다의 뒷마당 놀이 — 자연 놀이터

캐나다 가정집에는 대부분 넓은 뒷마당이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마당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자연 놀이터다. 나무, 잔디밭, 작은 언덕, 심지어 돌과 나뭇가지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가 놀이 재료가 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내 아이가 친구 집 뒷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다니고, 흙을 뒤집어 쓰고, 돌을 모아 작은 길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흔히 “더럽다”,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며 제지할 상황이었지만, 이곳 부모들은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키즈카페에 가는 것이 흔하고, 친구 집에 가더라도 실내에서 조용히 앉아 휴대폰이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뒷마당과 자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놀도록 장려한다. 이런 환경 덕분에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설계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친구들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뒷마당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책임감과 독립심을 자연스럽게 키워가는 셈이다.

 

나무 타기 — 모험심과 신체 능력을 기르는 특별한 놀이

가장 큰 충격은 아이들이 나무를 보고 자연스럽게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어느 날 뒷마당에서 아이들이 서로 경쟁하듯 나무 위로 올라가자,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혹시 떨어져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 엄마는 웃으며 “괜찮아, 아이들은 이렇게 배우는 거야”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나무 타기를 일종의 일상적인 놀이로 여긴다. 아이들은 나무를 타면서 균형감각을 익히고, 손발 협응력과 근력을 기른다. 또 스스로 "여기까지는 안전하다", "이 이상은 위험하다"는 경계를 판단하며 위험관리 능력을 배우게 된다.

물론 부모들은 완전히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너무 높은 곳까지 가면 적절히 제지하거나, "발을 어디에 두면 더 안전한지" 등 기본적인 가이드를 주며 옆에서 지켜본다. 이 방식은 아이가 직접 경험하며 위험을 배워나가도록 돕는 철학과 연결된다.

한국과 비교하면, 캐나다 아이들은 휴대폰에 빠져서 가만히 앉아 있는 대신, 바깥에서 몸을 움직이며 신체적 모험을 즐긴다. 이 점이야말로 내가 가장 만족스럽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였다.

 

다치더라도 배우는 문화 — 작은 상처가 주는 큰 배움

한국에서는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다. 조금만 긁혀도 병원에 가고, 넘어지면 곧바로 제지하며 "조심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캐나다 부모들은 작은 상처와 멍을 성장의 일부로 여긴다.

내 아이도 나무를 타다가 무릎이 긁힌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병원에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친구 부모는 밴드를 붙여주며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가 조심해야 할 점을 배운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이는 오히려 다친 경험을 통해 어디서 멈춰야 할지,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를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여름에는 뒷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집도 많아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혹은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를 하면서 땀을 흘리고, 몸으로 부딪히며 노는 시간을 보낸다.

한 번은 다른 친구 가족과 함께 해변에 간 적이 있었는데, 7~8명의 아이들이 모래사장에 큰 구멍을 파고 물을 붓고, 주변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멋진 요새를 만들었다. 그 요새에 본인들이 직접 이름을 붙이고, 서로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 경험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들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놀면서 아이들은 자신감과 창의력, 그리고 협동심을 키워가는 중이었다.

 

놀이를 통한 친구 관계와 유대 강화

자연 놀이는 단순히 신체 발달만 돕는 것이 아니다. 뒷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하며 아이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경쟁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도전을 주저하며 조심스레 움직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나무 위에서 서로 손을 잡아 주거나, 뒷마당 모래밭에서 공동으로 구조물을 만들며 싸웠다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면, 놀이 속에서 아이들의 사회성이 자연스럽게 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연 놀이를 함께한 뒤 아이들이 서로를 초대하고 다시 만나는 Playdate 문화로도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같이 놀던 사이였지만, 모험과 협력을 공유한 아이들은 한층 더 깊은 유대를 맺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이 친구 관계를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자신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무리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나무를 타고, 뒷마당에서 흙을 만지고, 작은 상처를 통해 배우는 모습은 한국 부모들에게 처음에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의 자립심, 위험 판단력, 사회성을 기르는 깊은 교육적 가치가 담겨 있다.

특히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대폰 게임이나 키즈카페 대신, 캐나다 아이들은 뒷마당에서 농구, 축구, 수영, 나무 타기, 그리고 해변에서 요새를 만드는 등 몸으로 배우고 협력하며 자란다. 이 점이야말로 내가 캐나다 교육 문화에서 가장 만족감을 느낀 부분 중 하나였다.

내가 처음에 "위험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은 이제 "아이의 배움의 순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스스로를 탐험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성장한다.

이 글이 캐나다의 자연 놀이 문화를 궁금해하는 부모님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아이들은 뒷마당과 해변, 나무 위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이어가고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도 함께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