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캐나다 적응기 첫 편 – 우리 아이들의 첫 학교 도전기

amazing-life1 2025. 6. 28. 11:48

2025년 3월, 우리 가족은 두 아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첫 주에 학교에 가던 날, 나는 마음 한편에 큰 기대와 함께 깊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교육 시스템, 새로운 친구, 그리고 낯선 언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매일 밤 고민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캐나다 학기는 한국보다 한 학기 빠르기 때문에, 두 아들은 5학년 2학기로 바로 들어갔고, 이미 친구 그룹이 단단히 형성된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겪은 적응 과정과 그 속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담아보려 한다. 이 글이 앞으로 캐나다 유학을 고민하거나 이미 현지 학교를 준비 중인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캐나다 학교에서 잘 적응하여 즐겁게 웃는 아이

 

캐나다 학교의 ESL와 Language Art(국어) 시간, 그리고 첫 충격

우리 아이들이 다니게 된 학교는 ESL(영어 보충 수업)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는 곳이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는 Language Art(국어) 시간에 ESL과 통합 수업을 진행하는데, 우리 아이들도 (한국에서 영어에 비교적 많이 노출된 편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빠른 말 속도, 익숙하지 않은 생활용어들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학교 수업은 교과서를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답을 찾도록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이 방식이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정답 맞히기" 수업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수업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충격은 recess(쉬는 시간) 문화였다. 캐나다 학교는 하루에 두 번의 recess가 있어서 아이들은 그때마다 간단한 간식을 먹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나는 처음에 도시락을 두 번 싸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에 도시락을 싸면 됐지만, 여기서는 간단한 스낵을 두 번 챙겨야 했기에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아이들이 정말 단순하게, 샌드위치나 과일 몇 개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을 보고 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캐나다 학교 한국 학생들과의 무리,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

등교 첫 날부터 아이들에게 한국 친구들이 다가왔다. recess 시간마다 한국 학생 무리에 자연스럽게 끌려가곤 했는데, 아이들은 이 상황을 "무언의 압박감"으로 표현했다. 사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고, 더 넓은 친구 관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특히 큰아이는 처음에는 한국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도, 점점 그 무리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Hi!"라고 용기 내서 인사를 건넸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Hi"만 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또래 그룹이 형성되어 있어서 새로운 친구가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위축되고 소심해졌지만, 나는 아이에게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외국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작은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두 명의 친구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 친구들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경험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도전들이 아이에게 커다란 성장 기회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캐나다 학교에서 친구 사귀기, playdate의 마법

아이들이 어느 정도 친해진 친구가 생겼을 때, 나는 playdate를 제안했다. 캐나다에서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굉장히 흔한 문화다. 우리는 처음에 가깝게 지내는 두 명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아이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간식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관계가 훨씬 깊어졌다. 이후 그 중 한 친구의 집에서도 playdate가 이어졌고, 아이는 자신감이 더 생기면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한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같이 하며 친해진 친구들이 생겼다. 축구는 언어보다 몸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다리 역할을 했다. 운동을 통해 아이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웃고, 몸을 부딪히며 교감하는 과정에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나는 "친구 사귀기"는 단순히 언어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향과 의지, 그리고 부모의 지원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내 아이들은 영어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 의지를 존중하고 계속 격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적응의 끝자락,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이제 막 적응이 되어 가는 듯했는데, 어느새 학년 말과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자신감을 갖고 학교에 다니며, 몇 명의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대견했다. 여전히 아이들끼리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에 끼어들기 어려워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언제나 "네가 편한 속도로 가도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교과서 중심 교육이 아니라, 프린트물과 친구와의 협력 과제를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협업 능력과 주도적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고 그룹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 더 자주 질문하고 스스로 자료를 찾으며 해결책을 만들어 가리라 확신한다.

recess 두 번에 맞춰 도시락을 준비하던 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새로운 시스템이 오히려 우리 가족의 일상 속에서 재미와 배움의 기회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이번 학기를 통해 단순히 영어 실력만 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어 관계를 만들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표현하며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믿는다. 이제 다가올 여름방학과 새로운 학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긴 적응기의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멋진 모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우리 아이들의 첫 캐나다 학기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 여정이었다. 때로는 친구 사귀기에 실패하며 속상해했고, 때로는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아이의 성향과 의지를 존중하며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진심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 통하며, 결국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환경에 스며들어 간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맞이할 새로운 계절이 기대된다. 우리 가족의 학교 적응기는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