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며 나는 매일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학교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캐나다 학교와 한국 학교는 교육 철학부터 일상적인 학교생활까지 정말 많은 부분이 달랐다. 등교 방식, 쉬는 시간 문화, 도시락과 급식 방식, 수업 내용과 도서관 사용 규칙 등 모든 부분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 학교와 한국 학교를 비교하며 내가 직접 경험한 구체적인 차이점들을 담아보려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며 겪은 이야기와 내가 느낀 소소한 문화 충격까지 솔직하게 나눌 테니, 자녀 유학을 고민하거나 캐나다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란다.
캐나다 학교의 아침 등교 문화와 픽드랍 규칙
캐나다는 등교 시간이 철저히 관리된다. 대부분의 학교는 오전 8시 50분이나 9시에 정확히 문을 열어주고, 이 전에는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선생님들이 교문을 지키며, 지정된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초등학교 저학년(주로 1~3학년)은 반드시 부모나 조부모가 아이를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는 규칙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아이들이 스스로 등교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등하교하는 문화가 익숙하지만, 캐나다는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픽드랍을 해야 한다. 이 규칙 덕분에 부모와 아이 간의 유대감이 강화되지만, 처음에는 매번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부모들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캐나다 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장면 중 하나는 아침마다 교내 방송과 함께 애국가가 나오면 모든 학생이 일제히 서서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교실에 들어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자유롭게 준비할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애국가가 들리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끝날 때까지 반드시 서서 기다린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긴장하며 낯설어했지만, 점점 이 규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캐나다 학교의 Recess(휴식시간) 문화와 도시락, 그리고 음식 규칙
캐나다 학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하루에 두 번 있는 recess다. 이 시간에는 간단한 스낵을 먹고 반드시 운동장에 나가 놀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쉬는 시간에 교실 안에서 간식을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캐나다에서는 실내에 남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아이들은 외투를 입고 밖에 나가야 해서, 내향적인 아이들은 처음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
처음 도시락을 준비할 때 나는 아이들이 배고플까 봐 밥과 반찬을 두 종류씩 준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아들들이 말해주는 캐나다 친구들의 도시락 내용물에 많이 놀랐다. 대부분은 시리얼 한 줌, 사과 한두 조각, 당근 스틱 몇 개 정도로 매우 간단히 싸온다고 했다. 결국 우리 아이들도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와 과일, 간단한 과자로 메뉴를 바꿨고, 이 방식이 훨씬 편하고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적었다.
또한 중요한 점은 너트 알러지 규칙이다. 많은 학생들이 심각한 너트 알러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너트가 포함된 음식은 절대 가져올 수 없다. 처음에 나는 이 규칙을 몰라서 견과류 간식을 준비하려다 아이들에게서 제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슈퍼에서 아이들 간식을 둘러봐도 너트가 들어가지 않은 (nut-free) 식품이 많았다. 더 나아가, 원칙적으로는 각자 가져온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친구들과 친해지고 서로의 음식을 알고 나면, 간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혼자 먹었지만, 친구들과 친밀해진 후에는 간식을 조금씩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캐나다 학교 수업 방식과 도서관 사용 – 스스로 배우는 환경
수업 방식에서도 캐나다와 한국은 큰 차이가 있다. 한국 학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선생님이 판서하고, 아이들은 받아 적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교과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선생님이 매번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풀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처음에 우리 아이들은 이 방식을 낯설어서 했지만, 점점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발표하며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한국에서의 수업 방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발표하는 능력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 사용 방식도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고, 학생들이 책을 빌려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캐나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만 도서관을 사용하며, 학생 개인이 책을 빌려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제약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학교 도서관 대신 지역 도서관을 이용해 책을 빌린다. 덕분에 지역 커뮤니티 도서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독서 습관을 키우게 되었다.
캐나다 학교의 체육, 하교 문화, 그리고 일상의 변화
캐나다 학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체육 수업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보통 주 1~2회 체육 시간이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훨씬 자주 다양한 체육 활동이 진행된다. 축구, 농구, 달리기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진다고 느꼈다. 특히 큰아이는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 시간이 제일 즐겁다고 했다.
점심 시간 문화 역시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영양가 있고 균형잡힌 반찬들, 국, 밥을 급식으로 먹지만, 캐나다에서는 간단함을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에는 푸짐한 도시락을 가져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샌드위치, 주먹밥, 과일, 간단한 간식 등으로 바꿨다. 이런 간단한 식사가 오히려 친구들과 더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하교 시간은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30분에 일괄적으로 마친다. 한국에서는 학년과 방과 후 활동에 따라 종료 시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따로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캐나다는 명확한 종료 시간 덕분에 일정 관리가 편리하다.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독립심과 자율성을 키워갔다. 너트 알러지와 음식 규칙을 지키는 가운데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밀감을 쌓고, 규칙과 자유를 동시에 배우는 과정 속에서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학교생활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성장을 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마무리
캐나다 학교와 한국 학교는 단순히 수업 방식이 다른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교육 철학과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매일 느낀다. 등교, 쉬는 시간, 도시락, 체육, 하교까지 모든 부분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경험이 아이들에게 평생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친구들과 부딪히고 배우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가길 기대한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캐나다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적응기 네 번째 - 모든 소통은 이메일로 (0) | 2025.06.29 |
---|---|
캐나다 공립학교 학제와 휴일 총정리 – 시간 순서로 보는 한국과의 차이 (0) | 2025.06.29 |
캐나다 적응기 세 번째 편 – 집 구하기 (0) | 2025.06.28 |
캐나다 적응기 첫 편 – 우리 아이들의 첫 학교 도전기 (0) | 2025.06.28 |
캐나다 자녀 동반 유학 지역 선택 가이드 – 왜 런던(온타리오)을 선택했을까? (0) | 2025.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