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캐나다 공립학교 학제와 휴일 총정리 – 시간 순서로 보는 한국과의 차이

amazing-life1 2025. 6. 29. 04:46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국과는 다른 학제와 휴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한국은 3월 개학, 2학기제, 여름·겨울방학이라는 명확한 틀이 있지만, 캐나다는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휴일과 방학, 다문화 행사까지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복잡하고 낯설었지만, 이 속에는 다양성과 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점점 깨달았다.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 공립학교의 학사 일정과 특별한 휴일을 시간 순서대로 풀어내며, 그 속에서 느낀 문화적 차이와 아이들이 배우는 가치를 나눠보려고 한다.

 

캐나다 공립학교 학제 및 휴일

 

캐나다 공립학교의 9월 – 새 학기의 시작과 Truth & Reconciliation Day

 

캐나다 공립학교는 9월 초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여름방학(7~8월) 동안 충분한 쉼과 가족 여행을 즐긴 뒤, 아이들은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다. 이 시기는 한국의 3월 개학과는 달리, 가을과 함께 시작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9월 중 가장 의미 있는 날 중 하나는 National Day for Truth and Reconciliation(진실과 화해의 날)로, 매년 9월 30일에 진행된다. 이 날은 원주민 기숙학교의 아픈 역사를 기리고,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 주(예: BC, 매니토바)는 공휴일로 지정되어 학교가 쉬지만, 온타리오 등 다른 지역은 정상 수업을 하면서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Orange Shirt Day’ 캠페인에 참여해, 주황색 셔츠를 입고 원주민 아동과 공동체의 상처를 함께 기억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10월 ~ 12월 – Thanksgiving, 디왈리, 겨울방학 준비

10월에는 Thanksgiving(추수감사절)이 있다. 미국보다 한 달 먼저인 10월 둘째 주 월요일에 진행되며, 가족과 함께 모여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전통이다. 이 시점에 많은 가정은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감사와 나눔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한다.

비슷한 시기, 힌두교 축제인 Diwali(디왈리)가 열린다. 디왈리는 공휴일은 아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축제를 소개하거나 학생들이 전통 옷을 입고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마다 진행 여부는 다르고, 학생 구성과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 다양성에 따라 달라진다.

11월 11일에는 Remembrance Day(현충일)가 있다.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을 기리는 날로, 학교에서는 묵념 시간과 함께 평화의 의미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부 지역은 공휴일로 지정되지만, 모든 학교가 쉬는 것은 아니다.

이후 12월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설레는 Winter Break(겨울방학)을 기다린다. 보통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약 2주간 진행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1월 ~ 3월 – 한 해의 시작과 Lunar New Year, Spring Break

새해가 시작되면, 한국과 달리 학년이 바뀌지 않고 계속 같은 학년을 이어간다. 겨울방학이 끝난 직후, 일부 학교에서는 Lunar New Year(설날)를 맞아 전통 복장 체험이나 음식 나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역시 공휴일은 아니며, 학교 운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아시아계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설날을 간단한 행사로 기념하며, 한글 쓰기나 문화 소개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반드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3월 중순에는 약 1~2주간의 Spring Break(봄방학)이 있다. 아이들은 이 기간 동안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야외 활동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봄방학은 긴 겨울을 지나 몸과 마음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4월 ~ 6월 – PA Day, 라마단, 빅토리아 데이와 학년 마무리

학기 후반부에는 PA Day(Professional Activity Day)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주로 금요일에 지정된다. 이 날은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쉬지만, 교사들은 연수와 교육 자료 준비에 집중한다. 처음엔 "왜 이렇게 자주 쉬나?" 싶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이슬람력에 따라 라마단이 겹치기도 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 일부 학교에서는 단식 중인 학생을 위해 점심시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다만, 이 공간은 무슬림 학생이 많은 학교 중심으로 운영되며,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할랄(Halal) 옵션이라는 개념도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맞게 도축된 고기나 재료를 사용한 음식으로, 학교 급식이나 행사 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슈퍼에 가도 고기류에는 할랄(Haldal)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에는 Victoria Day(빅토리아 데이)가 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며, 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공휴일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많은 가족들이 캠핑, 정원 손질 등 본격적인 야외활동을 시작한다.

6월 말이 되면 긴 학년이 마무리된다.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들어가며, 새로운 학년은 다시 9월에 시작된다. 이렇게 1년간의 일정은 휴식과 교육, 문화 체험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단순히 "공부"에만 집중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무리

캐나다 공립학교의 학제와 휴일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의 일정한 시스템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처음엔 다소 복잡하고 낯설게 느껴졌지만,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면서 이 속에 담긴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라마단을 존중하는 모습, 오렌지 셔츠를 입고 화해의 의미를 배우는 활동, 설날과 디왈리 같은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아이들이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 글이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려는 부모님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며 자라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