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때는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 학원이나 놀이터, 혹은 부모가 정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 와서는 Playdate(플레이데이트)라는 개념이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나의 경우 아이들이 5학년이었고, school bus를 이용해 등하교를 했기 때문에 부모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친구 부모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고, 아이가 새로운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낼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친구들과 더 편하게 지내고, 관계를 깊게 쌓을 수 있도록 Playdate를 먼저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캐나다 아이들을 초대하려고 하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니 Playdate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Playdate의 시작 — 부모가 먼저 다가가는 용기
우리 아이는 5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조금 친해진 친구가 몇 명 생겼다. 그 중에 특히 잘 지내는 두 명의 친구를 보면서, “이제 playdate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식으로는 누군가를 집에 초대할 때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간단하게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먼저 아이에게 친구들이 playdate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그 후 아이들이 직접 우리 아들에게 부모님 연락처를 주었고, 나는 그 번호로 바로 부모님들께 문자를 보냈다.
Playdate 제안 — 자연스러운 소통과 간단한 메시지
처음 보낸 문자 내용은 정말 간단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의 엄마 xx입니다. [친구 이름]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playdate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라는 내용이면 된다.
이렇게 정중하지만 부담 없는 문장을 보냈더니, 부모님들도 모두 흔쾌히 "좋아요!"라고 답장을 주셨다. 모두 동의한 뒤, 나는 혹시 알레르기나 주의해야 할 음식이 있는지를 꼭 물어보았다. 특히 캐나다는 너트 알레르기가 흔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필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명확히 정리해서 전달했다. 예를 들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라는 식으로 시간을 확정하면 부모들도 계획을 세우기 편하고, 아이들도 기대하며 준비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문자가 오히려 서로의 신뢰를 쌓는 시작점이 된다는 걸 느꼈다.
Playdate 준비와 진행 —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
처음 초대하는 날, 나는 마음속으로 한국식 손님맞이를 떠올리며 메뉴를 고민했다. 한국에서는 손님이 오면 다양하고 정성 가득한 음식을 차려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간단한 스낵만 준비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결국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 2~3가지와 김밥을 준비하고, 피자를 시켰다. 사실 음식 준비에 큰 신경을 썼지만, 막상 아이들은 먹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에 훨씬 더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괜히 음식에 너무 고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부터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놀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방방 뛰어다니고, 보드게임을 하고, 축구 공을 차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며 필요할 때만 개입했고, 그저 자유롭게 놀게 두었다. 덕분에 아이들도 훨씬 편안해했고, 친구들과의 유대감이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았다.
Playdate 이후 — 학년별 주도권과 깊어진 관계
Playdate가 끝난 후, 초대한 친구들의 부모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 집에 초대를 받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 초대하고 초대받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나 역시 다른 부모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네트워크가 넓어졌다.
또한, 아이들은 단순히 함께 놀았다는 경험을 넘어, 약속을 지키는 법, 서로 배려하는 법, 그리고 친구 집에서의 예절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놀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아이의 사회성, 자신감, 그리고 부모와의 신뢰까지 한꺼번에 성장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참고할 점은 학년별 playdate 주도권이다.
- 저학년(1~3학년) 때는 부모가 거의 모든 계획을 주도하고 아이는 단순히 참여만 한다.
- 4~5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가 먼저 친구에게 playdate를 제안하거나, 부모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가 마지막 조율과 연락을 담당한다.
- 중학교(6학년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친구와 약속을 잡고, 부모는 픽업이나 기본적인 안전 관리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도 5학년이 되어 친구에게 먼저 "우리 집에 놀러 올래?"라고 말하고, 이후에 부모들이 구체적인 시간과 규칙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가 점점 더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Playdate를 경험하며,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는 것이 더 이상 큰 부담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자연스러운 소통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간단히 문자를 보내고,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했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로서 나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마무리
캐나다에서의 Playdate는 단순히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행사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 번 경험해 보면 의외로 간단하고, 그 안에 따뜻한 배려와 즐거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는 Playdate 이후 친구들과 더 깊은 유대를 느끼며 학교 생활도 훨씬 즐겁게 보내게 되었다. 나 역시 새로운 부모 친구를 만나고, 문화를 배우며 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이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혹은 앞으로 Playdate 문화를 경험하려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도, 나도, 오늘도 한층 더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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