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일상 속 질서처럼 자리 잡아 있다. 일반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캔, 유리, 종이 등을 세분화하여 버려야 하며, 종량제 봉투 사용도 의무화되어 있다. 하지만 캐나다에 처음 입국한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 배출 방식의 차이다. 겉보기에는 재활용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마다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일반 가정이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도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캐나다의 쓰레기 분리배출은 각 지방 정부, 더 정확히는 각 시(City) 또는 지역구(District) 단위에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 토론토 시에서는 '그린 빈(Green Bin)', '블루 빈(Blue Bin)', '블랙 빈(Black Bin)' 시스템을 운영하고, 브리티시컬럼비아 밴쿠버 시는 '그린 빈', '블루 빈', '푸드 스크랩스' 같은 방식으로 분류된다. 즉, 캐나다는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로 정책이 운영되며, 분리배출 방법도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만 모아서 따로 버리는 제도'는 캐나다 대부분 지역에 존재하지 않으며, 음식물은 일반 폐기물 혹은 ‘그린 빈(유기성 폐기물)’으로 처리된다. 이처럼 한국인의 분리배출 기준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제도를 이해하지 않고선 올바른 분리배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분리배출 분류 – 블루, 그린, 블랙 빈
캐나다에서 일반 가정은 대형 뚜껑 달린 플라스틱 통(빈, Bin)에 분리해서 쓰레기를 배출한다. 가장 일반적인 시스템은 다음 세 가지다:
- 블루 빈(Blue Bin): 재활용품 전용
주로 플라스틱, 유리, 캔, 종이, 종이팩, 일부 플라스틱 용기 등을 담는다. 단, 모든 플라스틱이 다 해당되는 건 아니며, 플라스틱 재질별로 리사이클 코드(1~7번)이 표기되어 있고, 도시별로 수거 가능한 코드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코드 6번(스티로폼)은 대부분 지역에서 수거 대상이 아니다. - 그린 빈(Green Bin): 유기성 폐기물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와 비슷하지만, 종이 냅킨, 계란 껍질, 커피필터, 뼈, 고기 부스러기 등도 함께 넣는다. 또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비닐봉지를 절대 사용할 수 없고, 생분해성 종이백 또는 퇴비화가 가능한 봉투만 허용된다. - 블랙 빈(Black Bin): 일반 쓰레기
재활용도 안 되고, 유기물도 아닌 기타 쓰레기를 넣는다. 비닐, 일회용 기저귀, 청소 후 나오는 먼지 등이다. 이 항목은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주당 수거 제한이 있으며, 추가 쓰레기를 내고 싶다면 별도 유료 스티커를 구매해야 한다.
수거 요일은 지역마다 다르며, 각 시청 홈페이지나 전용 앱(MyWaste, Recycle Coach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수거일을 지키지 않거나, 분리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 또는 수거 거부가 발생한다. 실제로 잘못된 분리배출로 인해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고 며칠간 쌓이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선 분리배출 규칙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재활용 시스템과 정부의 수익 모델 – 환경 vs 비즈니스
캐나다의 재활용 시스템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지역 정부의 수익 모델로도 작동한다. 특히 병, 캔, 페트병 등은 'Return-It', 'Bottle Depot'과 같은 재활용 보증금 환급 시스템을 통해 수거된다. 이는 소비자가 음료를 구매할 때 이미 병당 10~25센트 정도의 보증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이를 되돌려줄 수 있는 빈 병을 모아 해당 장소에 반납하면 환급을 받는 구조다. 이는 재활용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재활용 업체와 지방정부에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다만, 재활용 비율이나 처리 효율이 항상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여전히 다량의 재활용품이 매립지(Landfill)로 보내지는 문제가 있으며, 비닐류, 복합 재질 포장재는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농업용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재활용은 시민의 기본 의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혀 있으며, 학교 교육이나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분리배출 교육이 이뤄진다.
특히 R4 시스템(Refuse, Reduce, Reuse, Recycle)에 기반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며, 대형 마트에서도 고객이 개인 용기를 들고 와 식료품을 담아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일부 커피숍은 테이크아웃 컵을 제공하지 않거나, 개인 컵을 가져오면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분리배출은 단순한 제도가 아닌 ‘문화적 실천’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캐나다 쓰레기 분리배출의 장단점과 실전 적응 팁
캐나다의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빈을 이용한 대용량 수거로 인해 관리가 편리하고, 시민의 자율성에 기반한 분리 시스템이 덜 복잡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또한 생분해성 봉투, 리턴 시스템 등은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분리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지역별로 너무 달라 이주민이나 유학생이 혼란을 겪기 쉬우며, 수거 주기가 길어 악취나 쓰레기 적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생활에 적응하려면, 첫 입주 시 반드시 해당 지역 시청 홈페이지에서 분리배출 가이드와 수거 요일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재활용 가능한 품목과 불가능한 품목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며, 그린 빈에 쓰는 생분해성 종이봉투는 대형 마트(Loblaws, Walmart 등)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다. MyWaste, Recycle Coach 같은 앱을 활용하면 휴대폰 알림으로 수거 요일을 안내받을 수 있어 초보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병, 캔은 모아서 가까운 Bottle Depot에 반납하면 작게나마 환급을 받을 수 있으니, 분리배출과 동시에 절약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캐나다의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은 환경 보호뿐 아니라 시민의식과 지역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실천이다. 한국식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철저히 배출하는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따라 하기보다는 현지 시스템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엔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정확히 알고 나면 더 자유롭고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다. 이민자나 유학생이라면 캐나다 생활의 첫 걸음으로 반드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필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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