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아이의 언어는 몇 살에 캐나다로 오느냐에 달려 있다: 영어 습득과 한국어 유지의 현실

amazing-life1 2025. 7. 12. 07:08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영어 교육에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캐나다와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아이가 직접 영어를 배우도록 체험 유학이나 단기 체류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일찍 가면 좋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가 몇 살에 외국어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언어 습득 속도, 발음, 억양, 그리고 모국어인 한국어의 유지 여부까지 크게 달라진다. 나는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했고, 여러 한인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이별 특징과 장단점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의 언어 습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와 성격, 사회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1~2년의 단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나이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만 5세부터 13세까지 연령별 영어 습득 특징, 단점, 그리고 한국어 잊어버리는 속도와 영어 유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나이에 따른 영어습득과 한국어 유지

 

만 5~8세: 빠른 습득, 그러나 한국어 유지에는 주의가 필요

만 5세에서 8세 사이의 아이는 뇌가 언어를 흡수하는 황금기에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고, 새로운 발음과 억양을 놀이처럼 받아들인다. 실제로 캐나다 현지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이 입학한 지 몇 달 만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령대의 큰 단점은 모국어인 한국어 체계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집에서 부모가 꾸준히 한국어로 책을 읽어주거나 대화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한국어 문장 구조와 어휘를 빠르게 잊는다.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문법 오류가 많고, 단어 선택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한편, 영어는 놀이 기반으로 습득하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지만, 귀국 후 영어 사용 환경이 사라지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급격히 감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캐나다 체류를 선택한다면, 부모가 집에서 한국어 사용을 꾸준히 이어가고, 영어 노출은 즐겁게 유지하도록 돕는 균형이 필요하다.

만 9~12세: 이론적으로 최적기, 그러나 심리적 도전은 더 크다

만 9세에서 12세는 흔히 "Critical Period"의 마지막 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 연령대는 이미 논리적 사고력이 발달해 새로운 언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기에 유리하다. 또한 문법, 읽기, 쓰기 등 학업 영어까지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를 비교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고,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캐나다에 온 만 10세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로 질문을 받자 얼굴이 빨개지고 말문이 막힌 경험을 여러 차례 보았다. 이런 심리적 장벽은 언어 습득 속도를 느리게 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또, 이미 한국어 체계가 완성된 상태라 단기 체류 후 영어는 빠르게 잊어버리지만 한국어는 거의 유지된다. 그래서 단기 체류라면 오히려 이 시기에 오는 것이 추천되지 않는다. 반면 2년 이상의 장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만 9~12세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이중언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기다.

만 13세 이상: 느린 습득과 높은 심리적 장벽, 목표 재설정이 필요하다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기는 이미 한국어가 완전히 자리 잡힌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로서 학습하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학습을 통해 문법과 어휘를 습득할 수 있지만, 발음과 억양을 원어민처럼 교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친구 관계에 민감한 시기여서 실수를 크게 두려워하고, 영어로 발표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만 14세에 캐나다에 온 한 학생은 1년이 지나도 간단한 일상 대화는 가능했지만, 깊이 있는 대화나 프레젠테이션은 여전히 큰 부담을 느꼈다. 귀국 후에는 영어를 빠르게 잊어버리며, 기존의 한국어 능력은 거의 완전하게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만약 단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영어 유창성"보다는 다양한 문화 체험과 세계관 확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즉, 영어 실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마무리

아이의 영어 습득과 한국어 유지 여부는 단순히 "몇 살에 갔는가"라는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지, 부모가 얼마나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지, 그리고 영어를 어떻게 흥미롭게 경험하도록 도와주는지가 모두 중요하다. 1~2년 정도의 단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만 5~8세가 가장 추천되며, 이때는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만약 장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만 9~12세에 오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만 13세 이상이라면 영어 실력 향상보다는 문화적 성장과 자신감 향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의 웃음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어떤 나이에 캐나다에 가더라도 그 경험은 평생의 자산이 될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성향과 성장 단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응원한다면, 아이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빛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